정국이 한없이 꼬여 있다. 대통령과 국회, 그리고 여야 간의 대결이 심상치 않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당내 파벌간의 이견도 상당하다. 주말마다 범국민적인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 탄핵으로 방향을 잡았다. 앞으로 최소한 반 년 정도는 쓰나미 같은 정치파동이 계속되고, 정부행정은 표류 내지는 마비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대통령이 국정을 챙기겠다고 권한을 고집한다 해도 이미 리더십이 무너졌고,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권한이 중단된다. 혼란은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되었으나 대통령이 풀어가는 것은 어려워졌다. 국회가 풀어야 한다. 얼마 전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였다.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여 추천하는 국무총리를 임명하겠고 총리에게 내각의 통할권을 부여하겠다고 국회의장에게 약속하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내치에 전권을 갖는 책임총리이며, 이는 사실상 대통령의 2선 후퇴로 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은 거부하였으나, 이제라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은 과거의 잘못을 없는 것으로 하는 조건으로 이를 제안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는 평상의 리더십으로는 통치가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제한된 권한만을 행사하겠다고 타협안을
2004년에 이어 2008년 총선에서 김부겸 의원은 한나라당 유영하 후보와 겨뤘습니다. 당시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제정환 공보특보의 글입니다. 2008년 18대 총선, 김부겸 후보를 돕기 위해 자원봉사로 부산을 떠나 스산한 마음으로 군포 금정역사에 도착했을 때 역전에 내걸린 현수막에서 당신의 이름을 보았습니다.김!부!겸! 딱딱 끊어지는 이름의 우리 후보에 비해 이름이 던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인물도 훤칠해서 둥글둥글한 김 후보에 비해 돋보였지요. 훌륭한 배움과 집안 배경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했습니다.선거캠프 기획실 한 쪽 구석에 앉아 주어진 일만 하던 제게 당신은 잊지 못할 몇 가지 사건으로 남아있습니다. 검찰에서 옷을 벗을 때의 추문(?) 정도는 이제 가물가물합니다.먼저 떠오른 것은 그토록 간절했던 당신의 ‘강남 사랑’이었습니다. 군포에 출마한 분이 강남에 가족과 집을 그대로 두고 정작 군포에 전세로 산다는 것인데, 자녀의 좋은 학군을 포기하고 전학시키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도대체 강남이 뭐기에 권력의지보다 앞서는 것인가, 부산 촌놈인 제게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그 다음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시 박근혜 당 대표와의 인연
이번 호에는 지난 11월12일 촛불시위 인파가 100만을 넘어서면서 자주 비교대상이 됐던 ‘1987년 6월항쟁’을 싣습니다.나는 1986년 여름부터 민통련(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에서 간사로 일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취직인 셈인데, 활동비라야 주당 2만원, 근무처는 주로 종로나 장충동 근처 다방이었고, 하는 일은 유인물 등을 들고 투쟁 현장을 쫓아다니는 일이었다.성유보 사무처장을 비롯해 이해찬 정책실장, 박우섭 기획실장 같은 상근자들이 있었고, 의장단에 문익환, 계훈제, 백기완 선생 외에도 이부영, 장기표, 이창복, 제정구 등 기라성 같은 재야의 어른들을 모시고 일한다는 게 더없이 자랑스러웠다.1987년 신년 벽두부터 정국뿐만 아니라 전국을 뒤흔드는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었다. 이에 대한 추모 집회와 규탄 대회는 개헌 논의와 연결되면서 6월 항쟁으로 이어져 1987년 민주화운동의 촉발제가 되었다.고문정권 규탄은 직선제 개헌 요구로 이어졌고 전두환 정권과 민주세력은 가파른 대치를 계속하게 되었다. 정권이 4.13 호헌조치를 내놓자 이에 분노한 모든 민주세력은 제도정치권, 종교계, 시민사회 등과 함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해 대오를
같은 부모에게 태어났어도 모두가 서로 다른 성격과 서로 다른 기질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신기한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각자가 좋아하는 것도 틀리고, 빠져드는 취미도 틀리고, 장점을 발휘하는 재능도 다양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각자가 걸어가야 할 인생의 항로 또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무리 부모라도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주, 2세 경영인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행운이 주어졌다. 오고 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했다. 본인이 원해서 후계자가 된 케이스도 있지만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아버지의 강권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후계자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경우,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었는데, 첫째는 아버지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다른 일을 하다가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입사한 경우가 있었고, 둘째는 다른 형제들과 같이 아버지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경우였다. 후자의 경우는 아마도 일부러 형제간의 경쟁구도를 만들어서 더 잘 할 것 같은 아들에게 회사를 맡기려는 아버지의 의도가 작용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A급 인재들은 능력, 노력, 공공선(公共善) 의식 등이 출중하다. 굳이 등급별로 분류하자면 B급은 A급보다 여러 면에서 조금 부족한 인재군(群)이다. C급은 머리보다 더듬이가 발달했으며 화려한 학벌이 무색할 만큼 창의성이 뒤떨어지고 순종형 또는 후안무치형이다. 범재(凡才)들은 ‘고시 합격증’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며 고시 합격 이후엔 독서와 담을 쌓고 골프 따위 취미에 몰두하며 동창회 모임에 기웃거린다. 담당국장이 새로운 정책을 기자실에서 설명할 때 서류뭉치를 들고 배석한 사무관, 서기관들의 표정을 살피면 등급별로 반응이 다르다. A급은 밤을 꼬박 샌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작성한 자료가 발표되는 성취감에 충혈된 눈을 껌벅이며 기자들을 응시한다. C급은 졸거나 먼산을 바라본다. 설명회가 끝나고 보충취재하러 찾아가면 A급은 정책이 실생활에 미칠 영향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논리정연하게 말한다. 기자와 의견이 충돌하면 때로는 핏대를 올릴 정도로 열정적이다. C급은 설명엔 관심이 없고 “잘 써주세요”라고 부탁만 할 뿐이다. A급들이 포진한 국(局)·과(課)에 가면 국장, 과장, 사무관 등이 자기들끼리 종종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취재기자가 토론에 끼어드는
내일(11월 12일)오후로 예정된 ‘박근혜정권퇴진 광화문촛불집회’에는 광우병사태 때보다 배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한다. 주최 측은 50만~100만 명, 경찰은 17만 명이상 참가할 것으로 각각 예상한다. 시위를 주도하는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백남기투쟁본부, 민주노총, 전교조 등의 연대체다. 이 단체는 대통령 하야를 쟁취하기 위하여 전국적으로 시위대를 서울로 불러 모으고 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그간 세월호특조위 활동기간연장, 성과급여제반대, 백남기 국가폭력책임자처벌, 사드반대투쟁 등을 주도해온 막강한 조직이다. 전교조 출신이 주도하는 한 단체는 버스를 대절해 중고교생까지 동원한다는 보도다. 분노한 시민들도 광범위하게 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박근혜대통령은 무장해제 상태다. 야권은 지금 정권을 장악할 수 있는 판세라고 생각할 만하다. 박대통령은 지난 8일 국회의장을 찾아가 국회가 추천한 총리가 거국중립내각 을 구성하는 것을 제안했다. 거국내각은 여소야대이므로 야권에서 주도할 수 있다. 그러나 야3당은 대통령의 제의를 거부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이번 대 집회는 야권이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대통령과 국민
사도세자의 아들로 유명한 정조는 조선왕조 500년 역사를 통틀어 우리나라 국민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왕이다. 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정조의 이야기는 조선왕조 스토리의 단골메뉴인 동시에 세종대왕, 이순신과 함께 아무리 들어도 지겹지 않은 3대 역사서사시 중의 하나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런 정조의 이야기를 다룰 때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 있으니, 바로 정조의 비서실장 홍국영(1748~1781)이라는 사람이다. 홍국영은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노론세력으로부터 어린 정조를 보호한 탓에 정조가 왕이 되기 전부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지내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 대부분에서는 그의 이름이 빈번히 등장하고, 정조를 보필하여 개혁을 추진한 인물로, 뛰어난 지략가로, 정치판을 새롭게 짠 인물로 꽤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그러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홍국영도 결국 권세 7년 만에 정조의 명에 의해 도성에서 추방되고 결국 유배지에서 자신의 삶을 마감하게 되는데, 당시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정적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준 홍국영에 대한 고마움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었지만, 조정대신을 함부로 대하고 종묘
박근혜정부가 최순실이라는 여인에게 농락당하고 발목이 잡혔다. 참으로 어이없다. 누구 탓도 아니다.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 주변의 비선실세 잡음이 제기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근거 없는” 이야기로 치부하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국민은 참담하고 울분을 참을 길이 없다.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고 경제는 동력을 잃고 있는데다 경제사령탑은 마비돼있다. 각계의 시국선언이 뒤따르고 대통령 하야와 탄핵까지 요구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 않는데 박근혜 정부에 더 이상 기댈 것이 없어졌다. 난파선에 선장이 안 보이면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다. 분개하기는 쉽다. 대통령 물러가라는 이야기를 못할 까닭도 없다. 하지만 정권은 유한해도 대한민국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안보를 챙기고 경제추락을 막아야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런 걸 걱정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직위 자체는 공백이 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판국에 여당은 계파싸움 하는 모양새고 야당의 목소리도 그때그때 다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사인(私人)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가기밀이 담긴 회의 자료를 사전에 열람하고, 수정을 가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충격 그 자체입니다. 최순실 씨와 친하지 않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은 ‘거짓’으로 판명 났습니다. 최순실 씨는 친한 정도가 아니라, 아무 직함도 없이 대통령의 배후에서 국정을 좌지우지한 제2의 차지철 이었습니다. 국정을 농단했습니다. 최순실 씨가 연설문과 회의 자료를 사전에 열람하고 수정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어젯밤, 민심은 들끓었습니다. ‘탄핵’ 얘기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상관없이, 최순실 비리를 덮으려는 국면전환용으로 규정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이 일관된 거짓말로 판명 났고, 이원종 비서실장의 국정감사 답변은 모두 ‘위증’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닉슨 전 대통령은 거짓말을 계속 하다 끝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사과하면 될 일을 끝까지 부인하다가 화를 자초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시정연설에서 한 개헌 제안은 ‘썩은 고기를 덮어보려던 비단보’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국가 중대사를 한낱 측근비리를 감추는 빌미로 삼으려 했습니
2017년 정부 예산이 400조 원을 넘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도 저출산·고령화와 경제 양극화로 복지비 등 정부지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재정적자가 늘어나지 않으려면 수입이 늘어나거나 지출을 줄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재정적자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 중인 것은 수입을 늘리려는 것뿐이다. 야당에서는 법인세와 부자들에 대한 소득세 인상을 제안하고 여당은 각종 조세감면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비효율적, 낭비적 지출이 많은데도 정부나 정치권 모두 지출을 줄이거나 효율화하려는 노력은 별로 없다. 예컨대 쌀이 남아도는데 해마다 쌀 생산에 대해서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있다. 금년 쌀 생산 농민에 대한 직불금이 1조8000억 원이며 수매자금 등 간접지원까지 포함하면 3조 원이 넘는다. 저출산으로 초·중·고 학생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통폐합은 지지부진하다. 강원도 삼척의 어느 중·고등학교는 학생 37명에 교직원이 36명이다. 각종 복지사업, 청년 일자리사업 등도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추진하여 중복·비효율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와 같은 비효율과 낭비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는 예산실이 예산편성 과정에서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사업을 걸러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