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안성에서 사과 재배를 하는 문재학(64) 씨는 지난해 여름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화상병 습격을 받아 평생 키운 사과나무를 모두 묻고 폐원했기 때문이다. 금전적인 피해도 피해이지만, 혹시나 올해도 화상병이 발생할까 불안한 마음이 문 씨를 더욱 힘들게 한다.
과수 화상병은 우리나라에서 검역 병해충으로 지정된 검역병으로 주로 사과, 배 등 장미과 식물에서 발생한다. 병이 발생한 나무는 잎,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타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조직이 검게 변하거나 붉게 마르는 피해를 입는다.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고 확산 속도가 빨라 한 그루에서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과수원 전체를 폐원해야하기 때문에 과수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다. 치료제가 없어 ‘과수 코로나’, ‘과수 에이즈’, ‘과수 구제역’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등록약제 체계처리로 화상병 막는다
화상병은 개화기 전‧후를 방제 적기로 꼽지만 효과적인 방제를 위해서는 겨울철부터 철저한 과수원 관리가 필요하다. 방제의 효과보다 전염 속도가 더 빠르고, 감염 후 약제처리는 치료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방위주의 방제가 중요하다. 겨울철에는 가지에 생긴 궤양을 제거하고 약제를 도포한 뒤, 정지 등으로 발생한 가지 잔재물은 매몰 또는 폐기해야 한다. 약제 처리를 통해 병원균의 밀도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 때 톱신페스트, 탐나라, 아그렙토, 비비풀로 이어지는 과수 화상병 방제 전략을 기억하면 도움이 된다.
화상병 예방은 동계전정 후 톱신페스트를 처리해 병원균의 침입을 억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계전정, 궤양 증상 제거 후 도포막을 형성함으로써 전염원을 억제하는 작업이다.
이후 개화 전이나 출아 전에 동제인 탐나라로 1차 방제 처리를 한다. 동제에서 방출되는 구리이온과 항생제 성분의 활성으로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동제 단제만 사용할 시 나타날 수 있는 VBNC(Viable-but-nonculturable: 병원성이 없는 생존 상태, 추후 병원성 회복 가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만개 5일 후엔 아그렙토로 2차 방제를 하는데, 이 시기는 화상병 주 감염 시기이기 때문에 개화기에 효과적인 항생제로 병원균 밀도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이후 최종적으로 신초장 5~7㎝, 만개 5~15일 이내에 생장조정제인 비비풀을 처리해 작물의 세포벽을 두껍게 함으로써 안팎으로 화상병 병원균 침입을 억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