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17일은 세계고혈압연맹(WHL)이 지정한 ‘세계 고혈압의 날’이다.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의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다. 나이가 증가할수록 고혈압 발생률도 증가하는데,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장기에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때문에 심혈관 질환 위험 완화를 위해 혈압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수축기혈압이 5mmHg만 감소해도 주요 심혈관 발병 위험이 10%, 심혈관 사망률이 5% 감소하고, 이완기혈압이 2mmHg 감소하면 고혈압 유병률이 17% 감소하고 관상동맥 심장 질환 위험은 6%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면 평소 식생활 및 생활 습관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필수적인데, 최근 콩 섭취가 고혈압 관리와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 콩 이소플라본, 수축기 혈압 및 이완기 혈압 감소에 도움
지난 3월 중국 충칭의과대학 제3부속병원 지안 양(Jian Yang) 교수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영양학 저널(Nutrition Journal)’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콩 이소플라본이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 모두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콩 이소플라본이 성인의 수축기 혈압 및 이완기 혈압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체계적인 문헌 검토를 통해 최종 선택된 24개의 연구결과에 대한 메타분석을 진행했다. 메타분석에는 44~74세의 참가자 1,945명이 포함됐다.
연구결과, 전반적으로 콩 이소플라본을 섭취하면 성인의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이 모두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축기 혈압에서는 평균 1.40mmHg의 감소 효과를 보였다. 특히 건강한 사람, 대사증후군 환자, 고혈압 전단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수축기 혈압이 크게 감소했다. 이완기 혈압에서는 평균 1.11mmHg의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최소 6개월 이상의 콩 이소플라본 섭취 또는 혼합형 이소플라본 섭취 그룹에서 유의한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또한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이소플라본을 섭취한 경우, 대사증후군, 고혈압 전단계 환자에서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이 더욱 뚜렷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소플라본 보충제 섭취가 고혈압 전단계에 있는 성인에게서 주목할 만한 항고혈압 효과를 보여줬는데, 이는 콩 이소플라본이 고혈압 예방을 위한 잠재적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 발효 콩 섭취, 항고혈압에 우수한 효과 입증
지난해 2월 리투아니아 빌니우스 대학교 에릭 바난-음와인 달리리(Eric Banan-Mwine Daliri) 교수와 강원대학교 오덕환 교수의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발효(Fermentation)’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발효 콩과 비발효 콩이 고혈압 환자에서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를 억제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며, 장내미생물 불균형을 완화함으로써 고혈압 감소에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발효 콩과 비발효 콩의 섭취가 고혈압, 혈청 지질, 장내미생물군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자발성 고혈압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결과, 발효 콩과 비발효 콩은 고혈압 치료방법 중 하나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의 활성을 억제시키고, 특히 발효 콩은 효소의 활성을 70% 억제시켜 고혈압 감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발효 콩의 섭취는 수축기혈압 8mmHg, 이완기혈압 7mmHg의 큰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콩은 항고혈압 화합물인 펩타이드와 항산화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는데, 발효 과정을 통해 항고혈압 펩타이드가 더욱 다양하게 생산되는 것을 확인했다. 발효 콩에서 항고혈압 펩타이드 중 ‘EGEQPRPFPFP’가 안지오텐신전환효소를 90.4%로 가장 강력하게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고, 이는 고혈압 치료제로 쓰이는 캅토프릴(Captopril)의 억제 활성(94%)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발효 콩과 발효 콩은 LDL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감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효 콩에서 발효 과정 중 생성된 다양한 대사산물이 장내미생물의 불균형을 수정해 혈압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콩을 발효했을 때 혈청 콜레스테롤을 개선하고 혈압을 낮추는 페놀성 화합물과 항고혈압 펩타이드가 더 풍부하게 나타나, 콩을 발효하지 않았을 때보다 항고혈압 효과 및 장내미생물 조절 효과를 크게 향상시킨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