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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악(禮樂)을 존중하는 농어업 농어촌을 만들자

농어촌 경제신문 창간 20주년 축사.

그때도 뉘엿뉘엿 서산에 해는 지고, 가을 들판은 황금물결이 넘실댔다. 들녘은 풍년을 구가했으나 그 풍년이 반갑지도 않고 성에 차지도 않는다며 농민들은 한숨과 외마디 생의 절규로 여의도 광장을 메우고 있었다

 

창 너머 펼쳐진 이 엄청난 현실을 내려다보며 55세 장년 함석구는 오로지 외길 인생 농(農)을 향한 질주의 염원을 해 나온 자신을 반추하며 엄숙한 결단을 내리고야 말았다.

 

 [농어촌경제신문]을 창간했다. 이제 나는 변방의 도우미가 아니라 현장의 주역이 된다. 탁발승의 머리가 됐건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되었건 공력의 힘을 응충시켜서 세상을 뒤바꿀 가공할만한 힘으로 대번에 준비를 내리쳐 불의와 정의를 통렬히 갈라 세워 주어야 한다는 신념 하나 뿐 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나약하고 안타까운 농어업농어촌을 위하여 뭔가 한마디 올곧은 길을 훈수하겠다는 일념에서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하물며 20년은 초심의 그 결의를 펼쳐나가는데 만만한 시간이 아니었다. 모든 분야가 그러하지만, 특히 글을 풀어 억조창생의 등불이 되어야 하는 '언론'의 길은 문자 그대로 고난의 행보이기도 했다. 당시 상황은 언론 자유화 물결에 편승하여 너도나도 신문 제호를 하나씩 내걸며 우후죽순 이합집산, 빈 수레가 더 요란한 경합을 벌이며 수많은 매체가 은하계의 유성처럼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갈 때였다.  농어업계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당시를 회상하노라면 모든 것이 격세지감, 가슴 뭉클하고 목이 뜨거워진다. 그렇게 하면 벌써 스무해 성상이 흘러갔다. 자칫, 사이비 기레기가 될 판에 하루하루는 치열한 생존 업보였다고나 할까, 이런 시련의 길을 딛고 나는 오늘 창간 20년을 맞았음을 독자 제현께 정중히 엎드려서 고하고 그동안 보내주신 애정과 격려에 깊고 깊은 감사를 드린다.

 

 사려가 깊은 한 문장의 원고, 깊은 후원의 정을 담은 한 장의 광고, 힐난과 성원이 뒤범벅된 한 줄 댓글도 아장아장 걸음마 단계에서 뒤우뚱 대던 폐사 '농어촌경제신문'이 자립하는 데는 한 모금 생명수요, 한 알의 원기소가 아닐 수 없었다. 거듭하여 끝 간데없이 얽힌 우리들의 인연을 기억하리라.

 

 그 20년을 통과하는 사이 세상의 모든 지평이 바뀌고 있다. 전체적인 정치 경제 사회를 망라할 것도 없이 우리 농축산업 쪽의 상황만 봐도 급속한 변화, 격변의 요동침을 알 수가 있다. 특히 국제간 개방화의 거친 파도 아래 엉뚱한 희생양이 돼 위축과 피해를 본 우리 농축산업의 현실을 염량세태 정치판 사람들은 진정성 있는 민생의 업(業)으로 보기는 하는 그것이냐고 거듭 묻고 있는 거다. 마침 본사를 여의도에 둔 우리 신문사에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기억할 거물급 정치인을 비롯하여 국회 농수산해양위 의원 등 많은 정객과 학계 인사들이 찾아와 농어업 담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들은 넓고 물은 깊어라"라는 농어업의 본질을 설파하고 농민 챙기기를 강조해 두었다.

 

이런 성의 있는 농어업 변론도 허망 되게 공염불로 메아리쳐지면 참 허탈하기도 하다.

농어업혁명< 산업혁명 < 정보화 혁명 을 넘어 잊베는 CHAT-GPT 인공지능의 대혁명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이에 상응하는 경쟁력 확보는커녕, 농어촌사회의 공동체 해체와 초고령화의 갈림길에서 기진맥진하는 농어촌의 현실을 뜬금없는 남의 얘기처럼 흘려보내는 것은 아닌가, 청년 유입이 대안이라지만 지역의 힘든 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전반적 커버를 하고 있다. 스마트 농어업이라지만 호우와 태풍만 한번 제대로 몰아쳐도 지붕이 날아가고 키우던 작물이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다. 하물며 50~60조 하는 농축산업 생산액을 채워 나갈 길은 그렇게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한쪽만을 편드는 보통 사람의 앝은 훈수로 들어도 좋다. 농자천하지대본을 구닥다리 꼰대적 의견표출이라고 윽발질러도 나는 감히 지적하겠다.

 

농어업에서 다시 길을 찾아 나가자. 훈육과 번영의 지침이 담긴 깊은 철학을 통찰하자는 못하지언정 타파되어야 할 구습의 가닥으로 치부하지는 말라. 온고지신, 옛걸을 잘 보고 새것 즉 오늘을 알아가야 한다. 느닷없이 하늘에서 떨어져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농어업이 곤두박질친 이후로 삼강오륜이 땅에 떨어져 패륜아들이 속출하고 오직 돈만 앞세우는 천반한 세상으로 변했다. 염치를 알고 인면수심,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은 천박하고 꼴 없는 인격을 내보여서야 되겠는가. 모든 분야에서 질과 격이 높아져 간다. 농어업의 질과격도 높여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무릇, 경제 논리에 입각한 비교우위론적 시작에서 산업의 위상을 정하고 국가 예산을 안배하는 그것부터 재고 되어야 한다. 농어업생산액이 50조요, S 전자 수출액이 70조라는 단순비교를 해가며 전체 국민 총생산액(GRDP) 중 농어업의 차지비 중이 2~3%에 머문다는 그런 통계 수치만 내세울 일은 더욱 아니라고 본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다 중한 우리의 손가락으로 깨물면 안 아픈 곳이 없다. 그러나 농어업농어촌은 지금 위중하다.

 

국민 식량주권이 뭔가. 비상시에도 내국민을 굶어 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아닌가? 정치권은 선거 때만 되면 "농어촌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 농어업 발전 없이 국가 번영은 기대할 수 없다. 농어촌을 지키자" 라며 흰소리를 날리지만 선거가 끝나면 도로 아미타불, 완전히 날탕이다. 지금 여야는 진 쿵 창 싸움을 하느라고 농어업농어촌을 챙길 여력이 없나 보다. 이제 추석이고 수확의 가을이다. 즉 , 농림 수축산업 총결산의 시즌이다. 국회는 무엇을 농어업농어촌에 안겨 줄 것인가. 기계공업과 서비스업도 중요하지만 최소한의 국민 먹거리 품목인 쌀, 소, 돼지, 우유에 주요 과수 원예는 정보가 별도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여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어촌 깊숙이 들어가서 농민과 소통하는 모습은 보기 좋고 위로가 된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줘야 한다. 애를 낳고 웃음이 살아나는 농어촌을 되살리라고. 한류, K- 팝, 케이푸드, 스포츠가 국익 선약의 효자손이 됐다. 이들이 농어촌에도 접목되고 거기서 부흥하여야 한다. 이들이 농어촌에도 접목되고 거기서 부흥하여야 한다. 공자도 예악(禮樂)을 가장 높은 학문의 경지요, 인생의 덕목으로 봤다. 흥이 그만큼 삶에서 중요하다. 농어촌 사람들이 사물놀이(농악)를 흥겹게 하면서 평화를 구가하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주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창간 20년의 변을 정리한다.

 

大記者 함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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