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기수’와 ‘최강 혈통’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승리였다. 19일(일), 많은 경마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동아일보배(제9경주, 1800m, 국산 4세 이상 암말)는 문세영 기수와 ‘메니머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당초 출전할 계획이었던 우승 유력마 ‘터치플라잉’이 마체이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경주시간에 맞춰 비까지 내리자 우승향방은 그 누구도 가늠키 어려운 상황이었다. 달리 말하면 출전마 모두가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건 ‘메니머니’와 ‘더퀸실버’, ‘피노누아’ 3두.
이중 피노누아의 경우 지난해 동아일보배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해 관심이 특히 남달랐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도 7세라는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 만큼 좋은 걸음을 보였지만, 결국 우승트로피는 신(新) 강자 ‘메니머니’에게 넘겨줘야 했다.
한국 최고의 씨수말 ‘메니피’와 씨암말 ‘포킷풀어브머니’의 이름을 딴 ‘메니머니’는 혈통의 우수성을 입증하듯 멋진 추입을 선보이며 영화 같은 승리를 연출했다. 경주초반 선두로 치고 나오진 못했지만 2코너에서부턴 순위권에 계속 이름을 올리더니, 4코너를 지나 직선주로에 접어들자 서서히 경쟁자들을 제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승선을 200m 남긴 시점에선 디펜딩 챔피언 ‘피노누아’마저 따돌리며 당당히 결승선을 갈랐다. 경주기록은 1분 58.6초.
문세영과의 호흡도 멋졌다. 경마황태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문세영 기수는 직선주로에서 공간이 열리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깥에서부터 무섭게 선두로 치고 나가며 찰나의 기회를 잡았다. 메니머니와는 지금껏 4차례나 호흡을 맞췄지만 매번 순위권에만 이름을 올렸을 뿐,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던 만큼 기쁨도 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메니머니와는 우승을 함께 한 적이 없었다”면서, “대신 동아일보배에서 2차례 우승을 차지했던 경험이 있다. 과거 ‘천년동안’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것처럼 주행할 계획이었고, 다행히 조교사와도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준우승마 피노누아에 대해서는 “조교 모습을 보니,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만큼 기량이 좋아 보여 이번에도 경쟁자로서 유심히 지켜봤었다”고 했다.
지난 2015년 스포츠서울배 우승을 끝으로 장기간 대상경주와 연이 없었던 김동균 조교사의 기쁨도 크긴 마찬가지. 동아일보배 우승으로 98승을 채운 그는 대망의 100승까지도 단 2경주만을 남기게 됐다. 김 조교사는 “메니머니가 1등급에 올라와선 잠시 주춤했는데 최근 다시 컨디션이 살아나고 있었다”면서, “이번에 좋은 성적을 내줘서 기쁘다”고 했다. 또한 “올해도 암말 대상 경주에서 기량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목표와 관련해선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아서 경마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했다.
모처럼 시상대에 오른 박준배 마주도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2015년 스포츠서울배에 이어 메니머니로만 대상경주 2회 우승을 차지했던 만큼 그 사랑도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기분이 정말 좋다”면서, “최근 성적이 안 좋았는데 이처럼 큰 경주에서 우승을 안겨줘 너무 기쁘다”고 했다.
한편 동아일보배는 3만 1천여 명의 관중이 모여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이날 총매출은 약 53억원을 기록했으며, 배당률은 단승식 2.3배, 복승식과 쌍승식은 5.8배, 9.3배를 기록했다.